평생 학습자와 비학습자
1. 지식의 복리: 벌어지는 해자와 보이지 않는 격차
범람하는 콘텐츠의 시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는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다. 스스로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처음에는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저축의 복리 원리와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작은 차이는 거대한 ’해자’가 되어 돌아온다.
예를 들어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국어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어라는 범용 언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습득한 양질의 정보는 다른 분야의 지식을 배울 때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하나의 지식이 다음 지식의 습득을 돕고, 배움의 이익은 갈수록 가속화된다. 결국 학습하는 자에게는 지식 습득이 점점 더 쉬워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2. 왜 누군가는 배우고, 누군가는 멈추는가?
그렇다면 왜 누군가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누군가는 배움을 멈추는 것일까.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
첫째는 상황적 한계다. 육체적 노동이 주가 되는 환경에서는 새로운 배움이 당장의 생존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육아나 생계를 위한 다중 노동(투잡)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조차 사치일 때가 많다.
둘째는 자극적인 콘텐츠의 유혹이다. 최근의 기술 환경은 우리를 배우게 하기보다 소비하게 만드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알고리즘과 숏폼 콘텐츠는 사용자의 시선을 플랫폼에 묶어두기 위해 고안된 강력한 장치다.
3. 빅테크의 알고리즘: 현대판 디지털 빈곤의 덫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빅테크 기업의 기술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앗아간다.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할 시간이 알고리즘에 의해 잠식당하는 현상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한다. 마치 가난할수록 건강에 해로운 패스트푸드에 쉽게 노출되는 것처럼,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적을수록 즉각적인 도파민을 주는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의 덫에 빠지기 쉽다.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깊이 있게 사유할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좁은 세상은 학습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높은 벽이 된다.
4. 해결을 위한 제언: 국가적 넛지와 개인적 실천
이 문제는 개인의 절제력에만 맡겨둘 단계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국민의 시야를 가두지 않도록 정책적인 ’넛지(Nudge)’를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천 알고리즘의 기본 설정을 ’사용 안 함(Opt-out)’으로 하고,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사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선택의 자유는 존중하되, 자신도 모르게 알고리즘에 잠식당하는 이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양질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 평생 학습을 돕는 훌륭한 플랫폼들이 많다. 국내의 K-MOOC, KOCW, G-SEEK 등은 대학 수준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며, 해외의 Coursera나 Deeplearning.ai는 세계적인 강의를 우리 안방으로 가져다준다. 심지어 알고리즘의 위협이 있는 유튜브조차,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가 될 수 있다.
5. 유튜브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법: ‘장바구니’ 전략
유튜브라는 양날의 검을 지혜롭게 사용하기 위해 한 가지 실천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바로 콘텐츠 소비에 ’장바구니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동영상을 클릭하는 대신, ‘나중에 볼 동영상’ 기능을 적극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쇼핑할 때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마지막에 한 번 더 고민하는 것처럼, 보고 싶은 콘텐츠를 일단 담아둔 뒤 차분한 시간에 그 안에서 골라 소비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유한한 자산이며,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진정한 재화는 바로 우리의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6. 나가며: 배움은 함께 누려야 할 태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지식의 해자를 구축하는 일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한 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현실에 머물기보다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과 함께 이 시대의 해자를 건너,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