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읽고
나는 스스로를 리스너에 가깝다고 생각해왔다. 혼자 책을 읽거나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오히려 에너지를 채워주는 느낌. 그래서 어렴풋이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콰이어트』를 읽으면서 그게 좀 더 언어로 정리됐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외향성이 찬양받는 시대에도 내향인들만의 강점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계획성, 끈기, 자제력. 간디처럼 조용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걸 끝내 이뤄낸 사람들의 사례가 나오는데, 화려하게 치고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꾸준히 쌓아가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거였다. 나 스스로도 능력이 출중하다기보다는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약점이 아니라 내향인이 가진 고유한 방식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좀 더 확신하게 됐다.
또 인상 깊었던 건 자유 특성 이론이었다. 핵심 목표가 생기면 내향인도 자신의 행동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결국 내향이든 외향이든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았을 때 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성향보다 더 근본적인 건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외향인과 내향인이 서로의 역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내용도 오래 남았다. 내가 굳이 외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없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
결론에 나오는 이 구절도 인상 깊었다.
사랑은 필수이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다. 모두와 어울려야 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는 누구에게나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라.
잔뜩 받아오기보다는 한 명이라도 제대로 관계를 형성하는 편이 훨씬 낫다.
모두와 어울려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 마침 내 강점 중 하나가 Relator인데, 넓게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소수와 깊게 관계를 맺는 성향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게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나한테 맞는 방식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것 같았다. 다만 Relator 성향이 진짜 강점이 되려면 한 가지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사람한테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한테 조금 더 자주 먼저 연락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앞으로는 내향인의 특성을 좀 더 의식적으로 활용해보려고 한다. 발표나 중요한 일 앞에서 미리 걱정하고 준비하는 성향을 불안으로 보지 말고, 퀄리티를 높이는 연료로 쓰고 싶다. 그리고 꾸준함을 믿어보려고 한다.
우리가 과거의 장애물을 짓는 방식이 우리가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